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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가능성 맞교환하기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느끼는 변화: 10년 전 처음 취업하던 때와 비교하면 경험과 가능성을 맞교환한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경험을 얻은 만큼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할까요.

20대엔 경험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처음부터 배워서 해야 하는 처지였죠. 다행히 채용 담당자들도 저에게 별로 기대하는 바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전공 수준의 학습이 필요한 분야가 아닌 이상 어느 직무에 지원하든 거리낄 게 없었고, ‘나는 앞으로 뭐든지 될 수 있다’라는 생각까지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를 보면 인간은 뭐든 될 수 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게 저한테 100퍼센트 적용된다고 믿고 있었죠. (물론 취업은 어려웠습니다…)

요즘 채용 담당자들을 만나면 ‘민우님은 이런 경험을 해 왔으니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이런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하는 말을 듣곤 합니다. 분명히 10년 전에 비하면 취업하기 쉬운 상황이긴 한데… 회사에서 가진 기대 바깥의 일은 오히려 하기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갑자기 브랜딩(그냥 막 드는 예시입니다) 업무를 하겠다고 하면 ‘왜 굳이?’ 하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을 것만 같은 그런 상황인 거죠. 그동안 쌓은 경험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을 새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고, 그만큼 가능성이 좁아진 그런 기분입니다.

이 상황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단 얘기. 지금까지 해 온 일이 재밌어서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용. 어찌 보면 제가 가진 가능성을 열심히 사용해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이런 고민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쫌 아쉽긴 합니다. 언제까지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으로 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