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We're Reading

What We’re Reading #211 웃음과 유머에 관한 소고

https://mailchi.mp/publy/what-were-reading-211-mmspow4wv6

웃음을 유발하는 세 가지 방법 (부제: 이것만 알면 당신도 유우머 고수?!)

1번: 남을 깎아내려서 웃음거리로 만든다.
최악. 20세기가 끝남과 동시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어야 했으나, 미처 절멸되지 않고 남아있는 밀레니엄 버그 같은 수법. 이런 방식을 자주 쓰는 사람은 자신이 높은 수준의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데, 그 이유는 ‘웃어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웃어 주는 사람도 공범.

2번: 자신을 깎아내려서 웃음거리로 만든다.
차악. 유머 아이디어가 고갈되었을 때가 아니면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 너무 자주 써먹으면 재미있기보다는 안쓰러워 보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3번: 듣는 이의 예상을 뒤집는다.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인간은 예상과 다른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또는 기대가 배반되었을 때 웃음을 터뜨린다고 합니다. (예상이 충족되었을 때가 아니라 뒤집혔을 때 재미를 느낀다니, 사람의 마음은 참 신기하죠.)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시켜서 ‘의외의 관련성’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 테크닉은 난이도가 꽤 높습니다. 일단 청자가 무엇을 예상하는지 파악해야 하고, 그 예상을 딱 적정 수준에서 뒤집어야 하니까요(너무 멀리 나가거나 뜬금이 없으면 웃기지 않죠). 그렇지만 어려운 만큼 도전해 볼 만한 가치도 큽니다. 누구도 깎아내려지지 않고, 듣는 사람들에게는 정서적 쾌감까지 주는 최선의 수단입니다.

1번 웃음은 불쾌함을, 2번 웃음은 안쓰러움을 남기는 반면, 3번 웃음은 화자와 청자 사이에 어떤 유대감을 남깁니다. 화자는 유머로써 ‘내가 당신의 마음을 알아내서 재미를 주려 노력했다’라는 신호를 보내고, 청자는 웃음으로써 ‘나도 당신의 말을 이해했다’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오는 교감, 그로 인해 생기는 유대감. 이런 유대감을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쏟아지는 업무, 다가오는 마감일, 대립하는 의견, 바닥을 드러내는 통장 잔고 등 긴장과 서스펜스의 연속으로 가득 찬 일터야 말로 이런 유머가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잠깐이라도 긴장을 풀고 웃으며 교감하는 순간이 쌓이고 쌓이면,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니까요. 언젠가는 ‘Chief Humor Officer’라든지, ‘VP of Humor’ 같은 직책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국에는 ‘외로움 장관(Minister of Loneliness)’도 있다는데, 안될 것도 없겠죠. 웃음이 터지는 순간의 그 느낌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제 이야기를 이해하실 겁니다. 

2019년 8월 30일
김민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