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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적 결함

사람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드는 동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죠. 어려움을 이겨내고 원하던 바를 이루고는 의기양양하게 ‘그래 역시 내가 옳았어’ 하고 말하고 싶은 바람이 저에게는 커다란 동기입니다. 딱히 누가 저에게 ‘넌 틀렸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사실 예전에 그런 사람이 있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아마 잊으셨겠지만.)

대세를 따르지 않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는 것은 조금은 고생스러운 일인데, 어쩌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그 동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 한 가지 동기 때문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을…’이라며 투덜대면서도 아침마다 일어나 출근을 하고, 크고 작은 일들에 열을 올리면서 불편한 상황도 만들고, 주변 사람들도 괴롭히고 저 자신도 괴롭히고, 어느 날은 즐거워하다가 다음날은 슬퍼하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용기가 필요할 때 읽는 책 “소설가의 일”(김연수 저, 문학동네, 2014)에 따르면 뭔가를(그가 갖지 못한 것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생고생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생고생은 그 사람이 누구이며, 무엇을 사랑하는지 말해준다고도 하고요. 그걸 문학이론에서는 ‘성격적 결함’이라는 용어로 부른다고 합니다. 

성격적 결함. 너무 멋진 말입니다. 제가 생고생을 하는 것은 세상이 잘못되었기 때문도 아니고, 저를 시련에 들게 하려는 절대자의 의지 때문도 아니고, 오직 제 성격의 결함 때문이라는 이야기니까요. 

그러니 세상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밝혀내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고, 나를 시련에 들게 하는 그 분의 참된 뜻을 알아내겠다는 과대망상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아도 됩니다. 누구를 탓할 것 없이 ‘내 성격 참 별나구나. 뭐 이런 것을 사랑하고 있나. 하하하’ 하면 끝이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비련의 주인공처럼 살기보다는 스스로를 모험으로 이끄는 영웅담의 주인공처럼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그렇게)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