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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있는 일, 답이 없는 일

우리가 하는 일에는 비교적 명확한 답이 정해져 있는 일이 있는가 하면, 정답이 없는 모호한 일도 있습니다. 굳이 이분법적으로 나눠 보자면 ‘분석하는’ 일은 대체로 전자에 가깝고, ‘만드는’ 일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특히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 사업적으로 성과를 내는 것은 특히 답이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분석도 Science이면서 동시에 Art이기 때문에 꼭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분석하는 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평생 그런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다가, 어느 날 정신을 차려 보니 분석에서 멀어져 있는 저로서는 ‘만드는’ 일이 참 어렵습니다.
랜딩페이지의 구매 전환율이 몇 퍼센트인지 분석하는 일은 너무 쉬워서 분석이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고객 코호트별 리텐션율을 계산하는 일은 조금 난이도가 있지만 논리적으로 코드를 짜면 되니 어쨌든 답이 정해져 있는 일입니다. 이런 일을 할 때는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만 구매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 타겟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랜딩페이지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랜딩페이지 길이가 짧으면 구매전환율이 올라가겠지’, ‘좋은 이미지를 넣으면 되겠지’, ‘Social Proof가 있으면 되겠지’ 등등 여기저기에서 봤던 방법을 동원해도 구매전환율은 쉽게 오르지 않습니다.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고 계속 이용하도록 그들에게 가치를 주는 제품을 만드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리서치를 해서 고객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까지는 하겠는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일(거창하게 얘기하면 Problem-Solution Fit),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일(이것도 거창하게 얘기하면 Product-Market Fit)은 진짜 너무 어려워서 한밤중에도 소스라치며 잠에서 깨어나곤 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만드는’ 일, 고객들에게 가치를 주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야말로 사업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사업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서 그들의 지갑을 여는 일이니까요. 저도 그래서 분석하는 일보다는 만드는 일에 끌리는 것 같고요. (분석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제대로 된 분석이 없이는 뭔가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죠. 다만 뭐랄까… Benedict Evans가 얼마 전에 쓴 글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사업에서 기술은 commodity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계산 능력만 있으면 기본 이상은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래서 가끔 똑똑한 사람들이 정답이 없는 문제는 기피하고, 정답이 있는 문제에만 매달리려고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어렵지만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만드는’ 일을 해 줬으면 하는데, 익숙하고 칭찬받기 좋은(어렸을 때부터 점수를 잘 받았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한) 일만 가까이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