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We're Reading

What We’re Reading #185 운동, 영양, 휴식

저는 스트레스로부터 저 자신을 보호하는 일에 관심이 높습니다.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 업 앤 다운을 수시로 겪으며 몇 년 동안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한 곳에 몰빵하지 않기(WWR #158), 초자연적인 존재에 슬쩍 책임 전가하기(WWR #164) 등 방어 체계를 꾸준히 발달시켜 왔지요. 

그런 제가 요즘 주목하는 키워드는 #운동, #영양, #휴식입니다. ‘스트레스 얘기하다가 난데없이 웬 김종국 근육 성장 가속하는 소리?’ 하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 주세요. 이번 레터가 바로 당신을 위한 글입니다. 

제가 일하는 퍼블리 팀에는 몸이 아픈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팀 내 메신저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근골격계, 소화기계, 내분비계, 신경계 등 병리 징후를 토로하는 이야기가 올라와서, 마치 종합병원 접수 창구를 방불케 합니다. 꼭 퍼블리 팀 사람들이 허약해서는 아니고, 높은 업무 강도 하에서 상시로 스트레스에 노출된 환경에서는 피하기 힘든 일이라 생각합니다. 추측건대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는 분들이 많으시겠지요.

그렇게 아픈 동료들, 특히 증상이 반복적이고 중대한(!) 분들을 세심히 관찰하여 도출해 낸 공통점을 전격 공개합니다. 여러분은 몇 개나 해당하는지 체크해 보시겠어요?

# 운동 경시
– 집중하기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꼼짝하지 않고 한자리에 앉아서 일한다.
– 가까운 거리도 택시를 타고 이동한다.
– 운동할 시간이 없는 것은 바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 영양 경시
– 식사 시간을 한참 넘겨서까지 일하다가, 극심한 허기가 느껴져야 밥을 먹는다.
– 사무실에 있는 컵라면과 과자로 식사를 대신한다.
– 입맛이 없어서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
– 그러면서도 각종 영양제를 챙겨 먹으니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

# 휴식 경시
– 오래 걸리는 일을 다음날로 넘기지 않고, 밤을 새워서라도 그날 끝마친다. 
– 늦게까지 일했다는 사실을 소셜 미디어, 메일, 팀 내 메신저 등으로 인증한다.
– 주말과 휴일에도 항상 팀 내 메신저와 메일에서 활동한다.
– 휴가를 가서도 일을 놓지 않고 ‘리모트 워크’를 한다.

‘몸 건강과 스트레스는 큰 관계가 없다. 의지력만 있다면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다’라고 믿는 것 같은 분들을 종종 봅니다. 늘 자신의 강함을 증명해 왔던 사람들, 스트레스를 견디고 성과를 내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고요.

그런데 요즘 들어 제가 이해하게 된 것은, 스트레스는 마음뿐 아니라 몸에 쌓인다는 사실입니다. 중금속이나 미세먼지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스트레스는 근골격계, 내분비계, 소화기계, 신경계 등 몸 곳곳에 상처를 내고, 별다른 유전적인 요인이나 외상이 없는 사람에게도 병리 증상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꼭 근육을 키워서 몸짱이 될 생각이 없더라도,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규칙적인 운동, 제대로 된 영양, 충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려면 몸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피가 나는 것을 의지력으로 멈출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부러진 뼈를 의지력으로 붙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가 이상한 사람, 혹은 반지성주의자로 바라볼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의지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 역시 비슷한 수준의 반지성주의로 취급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평생 일하고 살아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몸에 쌓는 것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은 속상한 일이니까요.

2019년 3월 1일,
삼일절 휴일에 아침운동도 않고 부랴부랴 레터를 쓰느라 아직 밥을 먹지 못한 김민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