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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문화와 잘 맞는 사람 – 퍼블리 버전

이번 그로스 마케터(Growth Marketer) 채용에서는 ‘지금의 팀 구성원들과 아주 다르면서도, 충분히 같은 사람을 찾기’가 목표입니다. 여기서 충분히 같은 사람이란, 팀의 문화와 잘 맞는 사람입니다. 

‘팀의 문화와 잘 맞는 사람’이라는 말에서 어떤 분들은 책/음악/영화 취향이 비슷하다든지,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든지, 아니면 성격이 비슷하다든지 하는 것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것들은 채용에 있어서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취향이나 성격이나 관심사가 같으면 친구가 되기는 수월하겠지만, 일하는 데 특별히 플러스가 되진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취향이나 성격이나 관심사가 다르다고 해서 일하는 데 마이너스가 되지도 않습니다. 저는 친구를 만들러 회사에 다니는 것이 아니므로,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과 ‘좋은 동료가 될 사람’은 칼같이 구분하려고 합니다. 

그럼 좋은 동료가 될 사람, 문화적으로 핏이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제 생각에는 일을 대하는 가치체계 혹은 신념체계에 있어서 팀과 교집합이 큰 사람이 문화적으로 핏이 잘 맞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채용공고에도 이 부분을 덧붙였습니다. 채용공고에 길게 열거한 항목들로 인해 너무 까다로워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부담, 잠재적 지원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우리 팀의 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결국 좋은 지원자를 빠르게 찾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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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항목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꼽아 보면…

1)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
– 일이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 일을 잘하기 위해, Comfort Zone에서 벗어나 많은 노력을 투입하고자 한다.
=> 퍼블리는 어려운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이뤄진 팀입니다. 일을 잘하고자 하는 의욕이 높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하루하루를 견디기 어렵습니다. 일은 그저 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고, 삶의 의미는 전적으로 일 밖에서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퍼블리와는 맞지 않는 가치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퍼블리 사람들이 모두 ‘일이 곧 삶이요, 삶이 곧 일’이라는 극단적인 일 중심적 가치관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극소수를 제외하면, 가족 친구 애인 취미생활 등등 일 밖에도 중요한 것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퍼블리 팀 모두가 가진 교집합은 일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점입니다. 일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인 사람과, ‘그저 돈 버는 수단’일 뿐인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2) 퍼블리의 미션에 공감하는 사람
– 퍼블리가 추구하는 미션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 에어비앤비의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스타트업이 용병(Mercenary)이 아니라 선교사(Missionary)를 채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회사의 미션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을 순전히 스킬만 보고 채용하는 것은 퍼블리와 같은 작은 스타트업으로서는 큰 리스크를 짊어지는 행위입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큰 변화와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하나의 미션을 중심으로 같은 방향을 볼 수 없다면 그만큼 팀이 와해되기 쉬울 테니까요. 
물론 ‘나는 이 미션에 내 인생을 투신하겠다’ 식의 헌신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저도 그 정도는 아니구요). 퍼블리의 미션(사회에 필요한 지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퍼블리에서 일하는 동안은 그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의 공감이면 됩니다. 

3) 항상 배우는 사람
– 배움에 대한 욕구가 크며, 배움을 즐긴다.
–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며, 알고 싶은 분야가 생기면 어떻게든 잘 알기 위해서 공부한다.
–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배운다.
– 자신만의 학습 방식을 가지고 있다.
=> 이렇지 않은 분은 저와 함께 일하시기에 정말, 정말 괴로우실 겁니다. 심지어 이렇지 않은 분의 경우에는 면접을 볼 때도 괴로우실 정도로 검증할 생각이니, 아예 지원하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4) 팀웍: 팀과 함께 일하는 사람
– 혼자서 일할 때보다 팀으로서 일할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
– 팀으로서 일하며 성과를 낸 긍정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 ‘팀웍’이라는 단어는 듣기 좋은 말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팀웍이 굉장히 귀엽지. 나도 좋아해’ 하고 생각합니다. 왠지모르게 팀이 모두 한 데 모여 하하호호 웃으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덮어주고 감싸주고 격려해 주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이거 팀웍 아닙니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팀웍이 잘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팀으로 일할 때 수반될 수밖에 없는 불편함(예: 내 아이디어에 동료가 의문이나 비판을 제기하는 상황)을 피하려고만 하는 사람도 있고, 팀으로서 성과를 내며 일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예: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업무를 팀원에게 공개하고 피드백을 받는 일, 동료의 아이디어나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일)을 극도로 꺼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단순히 팀과 하하호호 즐겁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서 성과를 내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알고 한 발짝 더 나갈 줄 아는 사람이 퍼블리에 어울립니다. 

5) 팀웍: 팀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는 사람
– 인간 관계는 수평적이어야 하지만, 의사 결정은 수평적일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
– 치열하게 논쟁한 끝에 내려진 결정이 나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결정된 바에 헌신한다. (Disagree and commit)
=>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수평적 문화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평적 문화, 좀 더 구체적으로 수평적 인간관계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여러 조직에 만연한 수직적 인간관계(상급자가 하급자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직급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잘못된 믿음에 기반한)에서 유래되는 수많은 병폐를 수평적 인간관계로 예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걸 오해하는 분들은 의사결정 역시 완전히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모든 팀원이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참여하지 않은 의사결정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어떤 분들은 ‘팀 전원의 합의와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혹시나 ‘이런 생각이 왜 틀린 거야?’라는 의문을 가지고 계시다면, 이번 채용에서는 지원을 재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6) 목적을 생각하며 일하는 사람
–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찾아서 일한다.
=> 목적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팀에 필요한 일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혹은 내가 익숙하고 잘하는 일)을 우선시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나 마케터들은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하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나머지 ‘새롭고 반짝이는 것’만 좇게 될 수도 있구요. 
스타트업 마케터로서 다양한 기획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 채용에 지원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다양한 기획을 해 보고 싶은 바람 자체는 정당하고 장려할 만한 욕구입니다. 다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팀의 목적에 일치하는지 먼저 판단할 줄 모른다면 곤란하겠죠. 

7)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
– 팀에서 자신이 맡는 역할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며, 이를 긍정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 자신에게 익숙한 하나의 업무만 고집하지 않는다.
=> 퍼블리는 스타트업입니다. 스타트업은 젊은 사람들이 모인 힙한 회사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회사도 아닙니다. 스타트업은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는 임시 조직(스티브 블랭크의 정의)’입니다. 
퍼블리는 아직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지 못했습니다. 스타트업에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퍼블리는 아마도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게 되기까지 큰 변화를 몇 차례 겪을 것입니다. 그 변화에 따라서 개개인이 하는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이구요. 만약 그런 변화를 꺼리는 분이라면 팀에서 함께 일하기 힘들겠죠. 

8)겸손한 사람 
–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 팀의 성과에 대해서, 자신이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객관적으로 인식한다.
=> 여기서 겸손한 사람은 ‘겸손 떠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알거나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사람을 뜻합니다. 
또, 겸손한 사람이란 팀의 성과에 대해서 혼자서 모든 공을 가져가려 들지 않는 사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일을 하면서 공치사를 심하게 하는 사람들을 몇 번 만났습니다. 이들은 어떤 일이 잘 되면 그게 자신의 덕택이라고 공개적으로 떠벌립니다. 혹은 그다지 큰 성과가 아님에도 과대포장해서 조직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드높이려 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팀 문화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겪어 본 사람은 압니다.

9) 솔직한 사람
– 의견 차이 혹은 갈등을 드러내고 조절할 수 있다. 
–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이해할 수 있다.
=> 솔직하지 않은 사람은 문제가 생겼을 때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없습니다. 불편함을 싫어해서 겉으로 갈등을 겪지 않고 원만한 모습으로 일하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불만을 키우게 되죠. 솔직하지 않은 사람의 행동 패턴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침묵하고,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뒷담화라고 하죠. 조직 문화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불만을 속으로만 담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발시키는 것입니다. 이것도 그렇게 조직 문화에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솔직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매니저들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솔직함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팀원들에게 줘야 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어느 한 사람을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일이 잘 되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알려줘야 하고, 건설적인 의견이 오고 갈 수 있도록 피드백의 기술 역시 갈고 닦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경영진이나 매니저가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솔직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조직에 만연한 솔직하지 않은 문화 속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그런 문화에 동화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성격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솔직하지 않은 사람은 팀에 해가 될 수는 있어도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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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써 놓고 보니 사람 한 명 뽑는 데 참 까다롭게 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제가 이번 채용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혹시 여기까지 읽으면서 ‘딱 내 얘기인데?’하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주저 말고 지원해 주세요. (채용 지원 링크는 댓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