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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뻘글: 어려운 사람

오늘의 뻘글: 어려운 사람

얼마 전, 연말 회고 분위기를 틈타(?) 몇몇 동료들이 제게 이야기했습니다. 저와 일 얘기를 하기 전마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저를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고요. 그렇지 못했을 때는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거나 상처를 받기도 한다고. 

한 마디로 어려운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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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는 군주론(안읽음)에서 군주는 사랑받는 것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자라서 훌륭한 군주가 될 수 있겠구나’ 하고 기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저는 존경스러운 사람보다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니 고민 시작. 

왜 그럴까, 무엇이 문제일까,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고민이 지난 한 주 사이 저의 일기장에서 지분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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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제가 팀에서 가장 숫자를 많이 보는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어느 회사든 재무팀처럼 숫자를 보는 사람들은 사랑받기 어려운 법이니까요. 회사에서 데이터와 지표를 보는 역할을 제가 맡았기 때문에, 다들 저에게 ‘평가’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매번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이 ‘왜’라는 질문을 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이 곤란해 할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을 그냥 넘길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팀웍이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서로 다치지 않게 배려하는 것이 아닌, 각자가 가지고 있는 최선을 내놓으며, 가끔은 다치더라도 치열하게 부딪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구심이 들 때 ‘왜’라고 질문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젠가 ‘Obligation to dissent’를 가르쳐 준 선배 덕에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데 특화된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제가 너무 ‘맞는 말’만 해서, 뭐라고 반박하지는 못하고 한대 쥐어박고 싶으실 때가 자주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게 왜 위기철 작가의 ‘논리야 놀자’ 시리즈를 사주셔서…는 아니고, 세 살 버릇이 무섭긴 무섭습니다. 회사에서는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으니까요. 가끔은 저도 회의를 마치고 나서 걱정돼서 ‘혹시 제가 너무 조목조목 얘기해서 버겁지 않았나요’ 하고 물어볼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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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제가 맡은 역할과 제가 가진 신념, 그리고 타고난 기질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역할과 신념과 기질은 ‘원인’은 될 수 있겠지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 원인들을 건드리기보다는 다른 식으로 문제를 풀어 보려 합니다. 요 며칠 사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화를 꾀하고 있구요. 몇 가지 시도에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그때 한 번 더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그날은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