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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마무리하며


사진은 박소령 님이 찍어 주신, 어제 2018년 퍼블리 회고 중 저의 발표. 어제는 농담처럼 짧게 한 이야기를 조금 더 길게 풀어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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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진) 
요즘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똑똑한 시기’라고, 마치 선언하듯이 이야기합니다. 

많은 양의 정보를 종합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 알고 있던 것과 새로운 것을 결합하는 능력, 질문하는 능력, 생각을 구조화하는 능력, 말과 글로 표현하는 능력 등 여러 모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인간의 뇌는 30대 후반까지만 발달이 진행된다고 하더라고요. 나이를 얼마나 먹든 저는 배우고 경험하고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겠지만, 생물학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면 아마도 앞으로 5년 정도가 한계라고 봐야겠죠. (물론 그 시기를 지나면 또 새롭게 목표로 삼을 경지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저는 지금 제 인생에서 몇 년 되지 않을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시기를 낭비해 버린다면 제 인생에 큰 죄를 짓는 것일 테고요. 그런 시기를 퍼블리 팀과 함께 보내고 있는 덕에, 낭비 없이 충실하게 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팀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충실감을 갖고 일할 수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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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진)
저는 어렵사리 들어간 첫 회사에서 8개월 만에 퇴사를 했습니다.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업 윤리를 회사의 경영진이 저버리는 결정을 하는 데 한 번 실망했고,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누구도 그 점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순순히 (여러 나라에서 일사불란할 정도로 신속하게) 따르는 데 한 번 더 크게 실망했습니다. 그 회사는 제가 어찌하기에는 너무 큰 조직(누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이었고, 저는 이제 갓 학교를 졸업한 풋내기여서 그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퇴사 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당시 팀장에게 퇴사 의사를 밝힐 때, 앞으로의 제 삶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목소리가 덜덜 떨렸습니다. 그런데 퇴사가 어려웠던 건 그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어느 곳에서 일하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이 회사가 침범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만둘 것이다. 내 능력으로 못 갈 곳은 없으니 나는 아쉬울 게 하나도 없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했습니다. 실행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8년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중 퇴사를 다섯 번 했습니다. 퍼블리는 다섯 번째 퇴사 후 합류한, 여섯 번째 직장이었습니다. 

퍼블리에서도 저의 태도는 같았습니다. ‘나는 내가 어떤 가치를 중요히 여기는지 잘 알고 있다. 나는 그 가치들이 모두 존중되는 한에만 이 팀과 함께 갈 수 있다.’ 실제로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저는 소령님과 승국님에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나는 심각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저는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힘’에 대한 갈증과 고민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목표에 오랫동안 매진하며 몇 번이고 고난을 겪어야 진정으로 뭔가를 이뤄낼 수 있는 법인데 저는 그렇게 살지 못했고, 그 결과 아무 것도 이룬 게 없었으니까요. 

또 한편으로는 우리 팀의 C레벨 세 사람(소령님 안나님 승국님)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기 바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있더라도 계속 이 일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내가 그만두는 모습은 상상할 수 있어도, 이들이 그만두는 모습은 상상을 못하겠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올해 하반기는 이 질문에 대한 제 나름의 해답을 찾는 시기였습니다. 아직 명쾌한 답(지속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을 찾지는 못했지만 고민하는 과정에서 제 태도는 정했습니다. 

‘동맹(Alliance)은 꼭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야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공통의 중요한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 목표를 함께 추구할 수 있다는 대전제가 있다면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 
이 팀은 지금까지 계속해서 배우고 고민하며 나아져 왔다는 점에서, 예전에 일했던 곳들과 다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침범되더라도, 얼마든지 대화를 통해 더 나은 해결책을 함께 도출할 수 있다는 신뢰가 있다.
그러니 나도 더 중요한 목표를 위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양보할 때도 있어야 한다. 내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침해된다 느끼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만, 얼마든지 갈등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나는 갖고 있다. 그러니 나는 이 팀과 계속해서 함께하겠다.’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저의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