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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의 기쁨과 슬픔

동안의 기쁨과 슬픔.

어디 가서 제가 먼저 나이를 밝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굳이 숨기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 만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꼭 나이 얘기를 하게 됩니다. 가끔씩 ‘실례지만 나이가…?’ 하고 바로 물어보시는 분도 있지만, 그런 분들은 드물고요. 

처음 만나는 분들과는 주로 일 얘기를 하다 보니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퍼블리 PUBLY에서는 언제부터 일을 하셨어요?’인데, 이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그 전에는 어디에서 몇 년, 그 전에는 어디에서 몇 년, 그 전에는 또 어디에서 몇 년…’ 이런 식으로 이직의 역사를 얘기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꼭 상대방이 제 나이를 궁금해 하시더군요.

처음 제 나이를 알게 되는 분들은 열이면 열 모두 놀랍다는 표정을 하시며 ‘정말 동안이시네요’ 하고 반응합니다. 심지어 저보다 몇 살 어린 분들까지 제가 본인보다 더 어린 줄 알았고 말하기도 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안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반응을 즐겼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그렇게 즐길 수만은 없는 것이…

한국 사회(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지만)에서는 ‘경력’이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신문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사람이 경력에서 무엇을 성취했는지’를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쉬운 대체 지표로서 ‘그 사람이 몇 년 동안 일을 했는지’를 봅니다. 그런데, 역시나 유명인이 아닌 이상, 혹은 온라인에 이력서를 공개해 놓지 않은 이상, 그 대체 지표 역시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대체 지표의 대체 지표’가 있으니, 그게 바로 얼굴에 묻어나는 연륜입니다. 얼굴을 통해 사람의 나이를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력까지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세상이다 보니, 종종 손해 아닌 손해를 볼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굳이 저에게 필요치 않은 인생 조언을 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하고요. (제 나이를 얘기하면 ‘어이쿠, 형이셨네요’ 하는…) 아무리 봐도 제가 더 많이 경험해서 잘 아는 주제에 대해 저를 가르치려 드는 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을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겪고 나면 처음 만난 사람들과 대화할 때 조심스러워집니다. 혹시 이 사람도 ‘어린노무새끼가’ 하는 마음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이 들어서요. 그래서 그냥 어서 나이를 물어봐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차라리 어렸을 때는 어린 사람 취급을 받는 게 별로 불편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 어린 사람 취급을 받으니 짜증이 난달까요.

올해 들어 제가 (부가 수입에 눈이 멀어) 강의차 여기저기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데, 그런 저를 보며 ‘어린노무새끼가’ 하고 생각하신 분들도 꽤 있으실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부디 오해를 풀어 주세요. 올해로써 저의 나이는… 퍼블리 제품팀에서 제일 많으니까요. (왜 쓴 거니, 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