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We're Reading

What We’re Reading #158 몰빵하지 마세요

몇 년 전, 스트레스와 두통에 시달리다가 ‘이대로는 못살겠다’ 싶어서 전문의의 상담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막 시작한 터라 ‘이 회사에서 꼭 성공하고 말아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던 시기였습니다. 일이 제 바람과 달리 조금 틀어졌는데,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지러운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웠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상담 중에 저에게 말했습니다. “몰빵하지 마세요.”

제가 회사 일을 통해서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려 하기 때문에, 일이 순조로울 때는 모든 것이 괜찮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스트레스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제게 회사 밖에서 사람들도 만나고, 동호회에도 나가 보고, 연애도 하고, 마음을 여러 곳에 분산시키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면 한 곳에서 타격을 입더라도 다른 곳에서 힘을 얻고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몇 해가 지난 지금, 그때 상담을 받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금 저에게는 회사 밖에도 제 마음을 쏟을 대상이 여럿 있습니다(퍼블리 미안…). 그 덕에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 군데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다른 곳에 기다려지는 일이 있으니, 주기적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효능감이 떨어질 만 하다가도 금세 충전하는 일을 반복하는 기분이랄까요.

신기한 일은, 어지간해서는 기분이 침체되지 않아서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덕분에 본업에 더 충실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본업에서 마음을 분산시킨 결과 오히려 본업에 집중을 할 수 있다니, 역설적인 일이죠.

예로부터 실리콘밸리의 성현들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권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꼭 투자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2018년 8월 24일 금요일
성수동에서 김민우 드림